패스트 라이브즈, 오펜하이머 제치고 아카데미상 안을까

입력 2024-03-10 17:39   수정 2024-03-11 00:19


“And the Oscar goes to(오스카 수상자는)….” 2020년 미국의 스타 배우 제인 폰다가 이 말에 이어 ‘Parasite(기생충)’를 외친 이후 국내 영화 애호가들은 3월을 기다린다. 봉준호 감독이 “로컬 어워드”라는 농담을 던지긴 했어도, 세계가 주목하는 미국 아카데미영화제 무대가 펼쳐지기 때문이다.

10일(한국시간 11일) 미국 로스앤젤레스 할리우드에서 열리는 제96회 아카데미영화제도 4년 전 봉 감독이 오스카를 거머쥐었을 때처럼 관심을 모으고 있다. ‘명불허전’ 영화들이 수상을 위해 각축을 벌이는 가운데 한국계 감독과 배우들이 주축이 돼 만든 영화 ‘패스트 라이브즈’가 작품상 후보에 올라서다. 올해 아카데미 시상식의 관전 포인트 세 가지를 짚어본다.

올해 아카데미에서 가장 주목받는 작품은 역시나 크리스토퍼 놀런 감독이 연출한 ‘오펜하이머’다. 13개 부문에 후보로 이름을 올리며 각각 11개, 10개 부문에 진출한 요르고스 란티모스 감독의 ‘가여운 것들’, 마틴 스코세이지 감독의 ‘플라워 킬링 문’을 제쳤다.

‘덩케르크’(2017) 이후 놀런 감독이 두 번째로 역사적 사실을 바탕으로 만든 장편영화로 작품성과 흥행 측면에서 일찌감치 작품상을 예약해 놨다는 평가를 받았다. 미국의 프런티어 정신과 부합한 영웅의 일대기를 다뤘단 점에서 오스카 입맛에도 들어맞는다. 지난 1월 아카데미 전초전 성격인 골든글로브 시상식에서 작품·감독상을 포함해 5관왕에 올랐고, 지난달 열린 영국 아카데미 시상식에서도 작품상을 받았다.

이변이 일어날 가능성도 있다. 한국계 셀린 송 감독이 연출하며 작품상과 각본상 후보에 오른 ‘패스트 라이브즈’가 도전작이다. 어린 시절을 한국에서 함께 보낸 남녀가 세월이 지나 미국에서 재회하는 이야기로, 감독의 자전적 경험을 담담하게 풀어낸 이야기다. 데뷔작인데도 세계 영화상 75관왕을 석권하며 지난해 최고의 영화로 평가받은 만큼 아카데미에서도 수상 기대가 적지 않다.

13개 부문 후보에 오른 ‘오펜하이머’가 몇 개의 왕관을 쓸지만큼이나 초미의 관심사가 감독상 수상 여부다. 놀런은 영화 ‘다크 나이트’(2008) ‘인셉션’(2010) ‘인터스텔라’(2014) 등을 연출하며 세계에서 가장 유명한 감독으로 자리매김한 지 오래지만, 유독 오스카상과는 인연이 없었다. ‘다크 나이트’로는 감독상 후보에도 오르지 못했고, ‘덩케르크’로 수상 기대를 모았으나 불발됐다.

여우주연상은 접전이다. ‘가여운 것들’로 파격 연기를 선보인 에마 스톤이 ‘라라랜드’(2016)에 이은 생애 두 번째 수상이 예상됐으나 ‘플라워 킬링 문’에서 원주민 연기를 펼친 릴리 글래드스턴이 강력한 대항마로 떠올랐다. 글래드스턴은 지난달 미국 배우조합상 시상식에서 여우주연상을 받기도 했다.

남우주연상은 로버트 오펜하이머 역으로 열연한 킬리언 머피가 유력하다.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패스트 라이브즈’가 수상에 성공하면 ‘나비효과’가 한국까지 미칠지도 관심사다. ‘패스트 라이브즈’는 지난 6일 국내 개봉했지만, 첫날 8374명의 관객만 모으는 등 흥행 부진을 면치 못하고 있다. ‘오펜하이머’ 등 쟁쟁한 대작을 누르고 오스카를 거머쥐면 흥행에 날개를 달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수상 사실 자체가 관객의 관심을 끌 수 있기 때문이다. 코로나19 사태 이후 작품성과 화제성을 검증받고 입소문을 타는 개봉 2주차에 관객이 본격적으로 극장을 찾는 경향과도 일치한다.

유승목 기자 moki9125@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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